[카지노 도서] 갬블마스터 4권_138


“야, 똑바로 읽은 것 맞아!”

“정확합니다”

“이 새끼가 정신 못 차리고!”

최길수가 얕은 본성을 드러냈다.

말릴 반도 하건만 그가 경비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최도

연은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그도 그런 것이 표결의 결과는 바로 가족의 배신을 의

미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숙부인 최영길, 어디에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최길수가 끌려 나가고 장내가 조용해지자 바로 사회자

의 다음 발언이 뒤를 이었다

“다음은 주주들 55%의 권리를 위임받은 대운 투자 측

의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건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최도연의 귀에는 “55%라는 숫자밖에 들리지 않았다.

표결의 결과와 다르지만 이미 이 자리는 자신들의 판이

아니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영일이 배신한 것을 몰랐다는 것이 너무도 뼈아팠다.

회의가 진행 중이지만 그녀는 일어나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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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이어졌다.

“그래서 자네가 풍림 장을 찾는 일을 도우라고 하셨네.”

“네?”

태극의 놀란 음성에 방 실장이 특유 의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도 모르게 은밀히 작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던가.

아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스스무 가주가 그 얘기를 언급할 때는 딸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애써 합리화를 시켰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고 교류도 끊어졌던 방실장의 입

에서 다시 그 얘기가 나오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적들의 정보력을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었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 술술 풀리고 있

었다.

“자네가 기분 나쁠지 모르지 만 난 노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확인하고 있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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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습니까? 하기야 실장님이 마음을 먹었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요.

“너무 서운해 하지 말게. 내가 기꺼이 노회장님의 뜻을

받든 이유는 당신께서도 자네를 수란 아가씨의 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딸의 죽음도 외면한 그가 말입니까?”

“외면이라고 말하지 말게, 단지 자신의 손으로 하지 못

하셨을 뿐이지, 이제 자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어 하

시지 않는가”

“아내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제가 어디 그런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악착같이 힘을 모으려는 겐가?”

“그것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날개를 펴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 자신의 아이를 생각

하면 당장 이 자리도 뛰쳐나가고 싶은 태극이다.

다만 방 실장을 존중하기에 원치 않는 주제를 나눴는데

내용과 상관없이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하지만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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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주제든 이렇게 쉽게 흥분하는 자신이 아니

다. 앞에 앉은 방 실장을 자신이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는

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풍림장 인수에 대해 그가 알

고 있는 것들을 나눌 필요를 느꼈다.

“제가 풍림장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장님께서는? “

“내 개인 의견을 말하는 건가?”

“우선은 노회장님의 생각부터 듣고 싶습니다.”

방 실장이 곁을 지키며 알게 된 것과 이번에 노회장이

태극을 생각하며 전한 이야기까지 보태서 전했다.

이성곤 회장은 누구보다 최씨 일가와 친한 사람이었다.

풍림장의 전대 가주인 최선집과는 연배 차이가 좀 있지

만 스스로 그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를

따랐다.

게다가 젊은 시절 동문수학하며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은

다음 대 가주 위를 물려받을 두 사람으로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래서 그는 풍림장을 제 집 드나들 듯이 했단다.

“그런데 왜 풍림장의 몰락을 지켜만 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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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만 하는 게 그의 버릇이랍니까!”

그 말에 당황한 방 실장의 얼굴만 봐도 자신의 말이 심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장인이 될 수 있었던 그를, 나름 존경했던 그를 

그렇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는 태극의 심정을 알기에 

잠시 숨을 골랐다.

지금의 풍림장은 천하 대적이지만 부모님이 살아 계셨

다면 자신의 외가이기에 그 몰락이 더 안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약은 필요 없는 전제겠지만.

“지금은 가장 우뚝 솟은 이씨 가문이지만 당시에는 늘

상석을 양보했다고 하네. 풍림장에게.”

“열등감이라도 가졌다는 말입니까?”

대답 대신 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의 고백인 양 아주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약점은 있고 쳐다보는 대상

이 있기에 열등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성곤 회장이 누군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고려 그룹 회장이며 최고의 명

문가로 꼽히는 이씨 가문의 가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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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신뢰를 저버릴 만한 열등감에 시달렸다는 말

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때문에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지금이 아닌 당시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

“언제를 말하는 겁니까?”

“6.25 전쟁 이후부터라고 봐야겠지.

개성을 버리고 인천으로 피난을 와서도 당당했던 풍림

장은 보이는 것처럼 완벽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울을 근거지로 하는 이씨 가문에 비해 오히려 취약한

기반 때문에 내부적인 어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유수의 가문들이 또다시 풍림

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단다.

전격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일마다 빵빵 터트리며

실질적인 힘과 실력을 비축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지켜

보던 이성곤 회장은 위기감을 느꼈다.

적어도 이제는 풍림 장의 뒷줄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

각했다.

그런데 무서운 속도로 안정되는 풍림장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사람들이 더 있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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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마음은 간절했지만 자마 손을 쓰지 못했는데

그들이 움직인 거지.

“풍림장은 기대했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결국 꺼꾸러진

거고요”

“두 가문은 강도짓을 했고 두 가문은 고개를 돌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금의 태극은 알고 있었다.

신성과 태영이 손을 잡아 더러운 짓을 벌였고 고려와

이원 그룹은 알면서도 묵고한 것이다.

그밖에 중소 가문들도 성향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벌떼

처럼 달려들어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면서 풍림장은 파탄

에 이르렀다.

“당시 가문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었다고 하더군.”

“하하하하! 그걸 막은 사람이 노회장님이란 말입니까?

이거 정말 눈물 나게 고마운 분이시군요”

어느새 태극은 풍림장에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다.

지금 자신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작업을 통해 취하려

고 하는 목표가 바로 풍림장인데 그게 마치 원래 자신의

것인 양, 그렇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되돌리고 싶어 하시네.”

“그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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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일가는 정통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시지 누구

처럼!”  

누구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정통성을 잃은 사람은 더 있지 않던가?

바로 노회장의 아들들, 자신의 뜻을 저버리고 스스로

권력을 차지하려고 한 그들을 노회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단 말인가?

“뭘 그렇게 쳐다보는가 설마 노회장님이 그들을 용서할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왜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묻고 싶었으나 말을 삼켰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그랬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던가.

원망과 증오,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이제야 말을 하는지 도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방 실장이 어렵게 입을 땠다.

“시간이 필요했어. 자식들과 볼썽사나운 개싸움을 할 수

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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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

신음성이 저절로 터졌다.

단 한 줄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생각하니 힘들었던 시간이 한순간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슬픈 파노라마처럼.

그런데도 아프지가 않았다.

오히려 기슴 한구석에서 따스한 기운이 작게 움을 텄다.

“그래! 진즉에 그래야만 했어!”

노회장에게 바라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그럴 수

없었던 그를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이 앞섰고 나약한 자신이 너부도 싫어서 원망의 대

상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는 상대가 마음을 놓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

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노리면서 말이다.

“우선은 풍림 장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인수받아야 하네.”

날개가 달린 느낌이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지금도 충분하다고 판

단했는데 보유한 전력보다 더 큰 원군을 얻게 된 셈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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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믿기지 않아 방 실장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냈

는데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자신의 목표는 풍림장이었다.

그 뒤의 그림까지는 아직 그려 보지도 않았는데 서서히

거대한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실장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서 태극의 신경이 분산

되어 있었던 반면 그는 오로지 이를 위해 기나긴 준비를 

해 온 듯 보였다.

“일단 후방 지원만 해 주십시오. 너무 일찍 전력을 드

러내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

습니까?”

“공감하네. 하지만 지금 자네가 작업 중인 송인 무역을

보다 수월하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서 금융을 끌어

들여야만 해.”

“한서 금융이요?”

“바로 그게 보이지 않는 함정이지. 지금 일단 호흡을

조절하지 않으면 자네의 계획은 위험하게 될 거야. 

안익순이도 모르는 지뢰가 숨어 있거든.”

“대체 그들이 보유한 지분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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